회식 장소 정하는 일은 점심 메뉴보다 10배는 어렵습니다. 인원이 늘수록 만족시켜야 할 변수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니까요. 부장님 입맛, 막내 알러지, 차장님 술 못 마심… 모두 챙기다 보면 결국 "평소 가던 곳"으로 돌아가게 돼요.
아래 6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모두가 적당히 만족하는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습니다.
1. 인원수 단위로 식당 종류부터 좁혀라
회식 장소는 인원에 따라 가능한 옵션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 ~6명 — 거의 모든 식당 가능. 인기 맛집도 도전 가능
- 7~12명 — 룸/단체석 있는 곳 위주. 미리 예약 필수
- 13~20명 — 대형 한식·고깃집·뷔페. 별도의 단체 코스 가능 여부 확인
- 20명 이상 — 사실상 단체 전문 식당이나 호텔 컨퍼런스 식당
인원이 정해지면 후보의 70%가 자동으로 걸러져요. 이 단계부터 시작하세요.
2. 알러지·식단 제한을 미리 받아라
회식 망치는 가장 흔한 실수가 알러지/비건/종교적 제약을 안 물어본 것입니다. 결정 전에 단톡방에 한 줄만 던지세요.
→ 24시간 안에 답 안 오면 진행. 회신 있으면 그것만 피하면 끝.
3. "1차 메인 + 2차 가벼움" 구조가 안전하다
1차에 너무 무겁거나 자극적인 곳을 잡으면 2차로 가기도 전에 다들 지칩니다. 회식 흐름은 강도가 점점 낮아지는 형태가 가장 무난해요.
- 1차 — 메인 식사 (한식/고기/일식). 식당이 분위기 좌우
- 2차 — 가벼운 술집·호프·와인바. 대화 위주
- 3차(선택) — 간단한 야식이나 카페. 안 가도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 만들기
2차를 너무 화려하게 잡으면 부담스럽고, 1차에서 너무 마시면 2차 갈 사람이 없어집니다.
4. 예산은 1인당 상한선으로 못 박아라
회식 예산은 항상 "이 정도면 되겠지" 하다가 초과합니다. 1인당 상한선을 미리 정하면 식당 후보도, 메뉴도 알아서 좁혀져요.
- 2~3만 원/인 — 캐주얼 한식·일식. 부담 없는 정기 회식
- 4~5만 원/인 — 고깃집·중식 코스. 분기 회식 표준
- 7만 원 이상/인 — 정찬·오마카세. 프로젝트 종료/연말 회식
예산만 정해도 의사결정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집니다.
5. 위치는 "구성원 거주지 중간 지점"
회사 근처가 편하다고 무조건 회사 앞만 잡으면, 대중교통 이용자나 외근 멤버는 매번 손해를 봅니다. 인원이 5명 이상이면 구성원 거주지 평균 위치 또는 환승이 편한 역(강남, 사당, 잠실, 종각 등)을 우선 후보로 잡으세요.
회식 끝나고 집 가는 시간도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줍니다. "왜 매번 이쪽이지?" 소리가 나오면 위치를 다시 봐야 해요.
6. 최종 결정은 "후보 2~3개 중 투표"로
주최자가 혼자 정해서 통보하면, 누군가는 항상 불만을 갖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모두에게 물으면 결정이 안 나요. 주최자가 후보 2~3개로 좁힌 뒤 투표가 가장 현실적인 답입니다.
이건 심리학에서 말하는 제한된 선택지(Constrained Choice) 효과로, 모두에게 결정 참여감은 주면서도 결정 속도는 빠른 방식이에요.
그래도 못 정하겠다면?
인원·예산·위치만 알려주면 메뉴와 장소 후보를 같이 추천받을 수 있어요. 그룹 투표방을 만들면 따로 단톡방에 후보 던지지 않아도 한 번에 정해집니다.